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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해외의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 풍경

중앙자살예방센터 2015. 9. 30. 13:17

  매년 9월 10일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한국 또한 이에 맞춰 9월10일을 자살예방의 날로 지정하여 매년 자살예방과 관련한 학술대회 및 기념식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앞으로 해외의 자살예방정책 및 캠페인을 소개하기 위하여 해외통신원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번 웹진에서는 해외 국가에서는 자살예방의 날을 어떻게 보내고 어떤 캠페인이나 사업을 진행하는지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알아보는 시간으로 꾸며보고자 한다. 

 

 


 


미국(U.S.A)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정신건강국 김재원

 

  미국은 9월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에 발 맞추어 매년 9월 둘째 주를 미국자살예방주간 (National Suicide Prevention Week)으로 기념하며 공중에 자살예방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또한 부친을 자살로 잃은 해리 리드 상원의원의 발의로 1999년 시작된 “미국 자살유가족의 날” 은 전세계로 알려지면서 “국제 자살유가족의 날 (International Survivors of Suicide Loss Day)” 로서 기념되고 있다. 이 날은 미 추수감사절 이전 주에 해당하는 토요일 (2015년의 경우 11월 21일)에 지켜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자살예방 행사들은 주로 자살예방주간과 자살유가족의 날 사이인9월에서 11월에 이르는 가을철에 열린다. 자살예방 기념 활동의 중심에는 미국자살예방재단 (American Foundation of Suicide Prevention)이라는 민간단체가 자리잡고 있다. 이 단체는 가을철에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지부들을 중심으로 자살예방 걷기대회 (Out of the Darkness Walk)를 주최하며 연구, 교육, 옹호활동에 사용되는 자살예방기금 마련은 물론 자살예방에 대한 공중의 인식을 높이고, 유가족, 사랑하는 이들을 자살로 잃은 이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생이었던 오빠를 자살로 잃은 앨리슨 맬몬이 설립한 액티브 마인드 (Active Minds)라는 단체는 대학생들의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9월 10일부터 10월 4일을 자살예방의 달로 기념하면서 그 기간 동안 전국 주요 대학교들을 돌며 침묵의 가방 (Silence Packing) 캠페인을 한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자살로 목숨을 잃는 대학생 수를 상징하는 1100개의 백팩과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사연들을 담아 학교 캠퍼스 잔디 위에 펼쳐 놓음으로 문제가 있을 때 침묵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메시지를 대학생들에게 전달한다.


  필자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카운티 정신건강국은 효과적인 지역사회 자살예방 노력에는 네트워크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2010년을 맞이하여 자살예방네트워크 (Suicide Prevention Network)를 구성하여 지난 5년간 지역 협력 모임을 분기별로 주최하고 있다. 미국자살예방재단과 같은 지역사회의 자살예방옹호단체, 위기대응 핫라인 기관, 지역 비영리 정신건강서비스 기관, 자살예방전문가, 대학 교수, 유가족 등이 모이는 이 네트워크 모임은 자살예방의 현안 논의, 정보교환 이외에도 해마다의 주제를 정하고 미국자살예방주간에 맞추어 로스앤젤레스카운티 자살예방서밋 (Los Angeles County Suicide Prevention Summit)이라는 지역사회 대상의 대외 행사를 5년째 개최하고 있다. 서밋의 주제는 그 해의 자살관련 핫 이슈나 사회적 관심 등을 토대로 결정한다.


  2011년 제 1차 서밋은 근대 자살학의 창시자 중 유일하게 생존하고 있는 Norman Farberow (97) 박사를 모시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동시에 로스엔젤레스 지역 자살예방역사의 발자취를 뒤돌아 보았으며, 로스앤젤레스 지역 자살문제의 추세와 현황, 지역사회 자원을 검토하는 기회를 가졌다. 2012년 제 2차 서밋은 각종 미디어 관계자를 초청하여 미디어의 자살보도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올바른 보도방향과 한계점에 대한 논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3년 제 3차 서밋은 효과성이 입증된 자살 사정평가도구, 안전계획수립의 도구를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고, 2014년 제 4차 서밋은 캘리포니아 내에서 개발 중인 우수 자살예방프로그램들 (Emerging Best Practices in Suicide Prevention)을 소개하였다. 금년의 제 5차 서밋은 대학교 캠퍼스 내 자살예방 (Campus Suicide Prevention)을 주제로 개최될 예정이다. 자살예방네트워크는 자살예방의 증진이라는 공동 목표로 모인 협력체이지만 참여자들의 관심과 초점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의견을 한 데로 모아 그 해의 행사 주제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재원과 역량을 고려하여 해당년도의 주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이 모임의 의장 격인 카운티 정신건강국의 주요 역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1958년 설립된 로스앤젤레스 자살예방센터의 명맥을 잇고 있는 디디허쉬 (Didi Hirsch) 자살예방센터는 2015년 9월 10일 제 1회 세계자살예방의 날 컨퍼런스 (World Suicide Prevention Conference)를 개최할 예정이고 이를 매년 이어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Suicide Prevention: The Continuity of Care (자살예방: 지속적인 보호)”이며 초기대응서비스제공자 (First Responders)를 위한 가이드, 위기개입서비스, 위험도 사정, 안전계획, 유가족과 자살시도생존자 지원서비스, 청소년 자살예방 등 다양한 토픽을 다루는 워크샾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핀란드

 

 

핀란드 땀페레 대학 이동섭



  OECD 2015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핀란드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OECD 2015). 이는 병원과 유관기관 및 단체들의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자살 원인을 상세히 밝히는 심리적 부검과 단기개입 프로그램 등을 통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세계 자살 방지의 날을 맞아 핀란드에서는 매 해마다 야외홍보활동과 주제별 전문가 강연, 패널 토론회 및 세미나 형태로 행사를 치러왔다. 2011년 세미나에서는 ‘교통 사고 투신자살’에 대해, 2012년에는 ‘청소년 자살’에 관한 주제를 다뤘다. 2014년에는 핀란드 정신보건협회(Suomen Mielenterveysseura) 위기관리센터와 협력하여 자살률 감소를 위한 국가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정신보건 약물남용과의 세카라르 삭세나(Shekhar Saxenaa) 박사가 근거기반 자살예방정책을 다룬 최근 보고서도 세미나에서 소개되었다. 국제세미나는 매년 헬싱키에서만 개최되며, 따로 별도의 행사를 추진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올해 자살 방지의 날(2015.9.10)에도 핀란드에서는 자살로 인한 사망자를 기리기 위해 추도의 리본(mourning ribbon)을 달고 거리행진을 할 예정이다. 올해 주제는 ‘직장에서의 자살 예방’으로 헬싱키(Helsinki), 오울루(Oulu), 땀페레(Tampere), 싸본린나(Savonlinna)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특히, 헬싱키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자살방지를 위한 야외 홍보활동으로 자전거 타기(헬싱키 라삔라흐티에서 출발 깐살라이스또리까지)를 하며, 오후에는 직장에서의 자살과 자살 방지에 관련된 세미나를 한다.


  오후에 시작하는 세미나는 자살한 이들을 위한 추모 리본 달기 행사를 하고, 직장 내에서의 자살 방지를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또한 스웨덴의 자살, 정신질환 연구 및 방지센터 국가 위원회(NASP)의 린다 까를손을 초청하여 능동적 인명 구조 프로젝트에 대해 강연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에 연이어 ‘직장 내 자살 방지책에 대한 전망’을 주제로 패널 토론회를 하며 세미나를 마무리 하였다.  


이처럼 홍보활동이나 단기행사를 통해 일반대중들에게 자살예방을 알리지만, 주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거나 자살로 가족이나 애인 혹은 동료를 잃은 사람들이 자원하여 그들의 경험담을 자살 시도자들에게 들려주거나 같은 처지에 처한 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자조모임은 철저한 사전 훈련과 감독절차에 의해서만 실행된다. 자조모임은 전문가들에게 받는 지원과는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동료지원들은 상호배타적일 수도 있고 상호보완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살을 시도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5년간의 자살시도 단기개입프로그램(Attempted Suicide Short Intervention Program - LINITY Project, 2013~2017)은 치료를 대체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자살시도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스위스 베른 대학병원에서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핀란드 헬싱키 긴급위기관리 센터에서 시범사업의 형태로 우선 실행해보고 그 결과가 좋다면 후에 추가적으로 지역 긴급위기관리센터 2~3곳에서 더 시험할 예정이다. 핀란드의 자살예방은 개인의 안전전략과 대처기제를 강화시키고 개개인의 삶의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민관, 기업이 무엇보다 협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부립대학 사회복지학박사 김고은

 

 일본에서는 2007년 6월 내각회의에서 결정된 “자살종합대책대강”에 의해 매년 9월 10일부터 일주일간을 자살예방주간으로 정하였다. 내각부에서는 월별자살자수가 가장 많은 3월을 자살대책강화월간으로 지정해 3월과 9월에 중점적으로 자살예방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지방공공단체가 연계해, 국민들에게 자살 및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지식,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의 위험성 및 대응방법 등을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5년은「누구도 자살로 몰아넣지 않는 사회 실현」이라는 슬로건하에 예방사업을 실시한다. 실시주체는 내각부, 경찰청, 금융청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관련 민간기관들이 참여한다. 더불어 사는 공생사회 실현을 위해 국민 모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자살 및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인식개선, 유관 기관간의 연계 및 협력, 알기 쉬운 홍보를 기본방침으로 한다. 이러한 기본방침은 매년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사업을 살펴보면 TV, 라디오, 포스터 및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한 대국민 홍보사업이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게이트키핑 역할을 기대할만한 단체를 대상으로 양성사업을 독려하는 등 관련단체들과의 연계를 적극 지원한다. 젊은층의 이용률이 높은 인터넷사이트에 특설 페이지를 개설하고 페이지 내에 "지원정보검색사이트"를 운영해 각종 고민별로 상담소가 검색 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상담지원사업을 확대한다. 자살예방주간기간 중 상담사지원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도록 독려하고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소외가 되지 않도록 광범위한 홍보활동을 한다. 또한, 예방주간기간에 "마음의 건강상담 다이얼(0570-064-556)"을 일괄적으로 실시하여 주소지와 가장 가까운 공적 상담기관에 연결 가능하도록 상담기능을 강화한다. 내각부에서는 자살예방주간기간에 홈페이지를 따로 기획해 전화상담원들의 활동현황, 케이스 일부를 만화로 소개, 용기를 주는 한마디 코너, 자살통계현황, 게이트키핑 카페 등의 코너를 마련하여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자살방지캠페인 활동 예로는 오렌지밴드 (팔찌)활동이 있다.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의 생명과 마음을 연결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보급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절망에서 벗어나 본인의 행복과 꿈을 노트에 기입해서 실천해 나가는 방법인 98노트(시크릿노트) 작성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각 지역별로 2015년 자살예방주간에 전개한 활동을 살펴보면 우선 카마쿠라시립도서관 5곳에서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기획전을 개최하고, 토야마현에서는 보건소, 민간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역에서 가두캠페인을 실시하였다. 동경도 복지보건부에서는 9월과 3월에 자살예방캠페인으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 및 자살유가족에 대한 특별상담 실시, JR역 가두캠페인,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 등을 실시하였다. 북해도에서는 2008년부터 보건, 의료, 복지, 교육, 노동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과들과 연계를 통해 「북해도자살대책행동계획」수립하고, 2015년 현재 제2기 계획(2013년~2017년)을 바탕으로 자체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국적으로 자살예방주간에는 국민들의 인식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가두캠페인 및 강연회 등을 기본적으로 실시하고 지역의 특색에 맞는 맞춤형 소규모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은 기존의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식개선사업, 조사연구, 홍보 및 계발활동, 자살예방종합대책센터 운영 등 범정부적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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