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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보는 시간] 청춘, 그 오늘을 말하다

중앙자살예방센터 2015. 12. 29. 17:53

 

 

 

 

 

2014년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 발표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청년의 자살률은 소폭 상승하였다. 이는 다른 연령대의 자살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청춘들의 삶. 아퍼야 청춘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웹진의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의 삶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해보았다. 유명 웹툰 미생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 더 잘날 것도 혹은 더 못날 것도 없는 우리네 인생이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도 묵묵히 각자의 인생이라는 바둑을 두고 있는 청춘들을 위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봤자 청춘, 그래도 청춘. 그래도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 청춘의 삶을 담은 이야기, 그 기록들을 소개한다.

 

 

 

 

 

경청, 사사로운 관계가 아닌 진정한 관계로의 지름길

[단속사회 - 엄기호]

 

  사회는 소통의 창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개개인은 소통하기 보다는 단절되고 있다. 저자 엄기호가 이야기하는 단속사회라는 것은 표면적인 소통에 머물고 있는 오늘날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키워드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등, 늘어나는 SNS만큼이나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들은 많은데 정작 소통하고 있는 그 사람들이 내 마음을 이해하거나 내 상황을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있다는 확신은 쉽게 가질 수 없다. 이런 SNS는 딱 내가 보여주고 싶은만큼만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단속사회에서 엄기호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다.

 

  몇해 전에 대학교 내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하여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청년들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사회는 타인의 안녕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오히려 다른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는 능력이 이 사회에서 필요한 덕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어려운 누군가를 돕지않는 것이 타당한 처세로 여겨지기도 한다. 타인보다 내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자기자신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호소하는 고통에 대한 ‘자기 이야기’는 넘쳐난다.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진정한 ‘자기’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는 것이 엄기호의 지적이다. 그의 논의에 따르면 이 지점을 파고든 것이 ‘힐링 트렌드’였다. 어려운 마음을 위로받고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힐링은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힐링의 문제점은 그 출발도 ‘나’고 도착도 ‘나’라는 것, 문제의 근원도 ‘나’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도 ‘나’로 끝난다는 것이다. 힐링 트렌드에서는 청년들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나'의 고통을, 다른 누군가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고통의 사회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통은 ‘나’를 위해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 뿐, 그 고통의 경험을 타인에게 나누는 것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의 소통은 표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가벼움을 띄기 쉽상인 것이다.

 

  말은 삶에 실제적인 조언과 충고를 줄 수 있을 때 허망함을 딛고 힘을 갖는다. 이런 실제적인 조언과 충고를 주는 관계를 우정이라 하며, 그 관계의 망을 참조그룹이라고 엄기호는 말한다. 독일의 철학자 벤야민은 ‘정보’와 ‘이야기’를 구분해서 말한다. 엄기호는 그 사례를 질병에 걸린 지인의 일화를 통해 설명해준다. 어느 질병에 걸린 한 사람이 그 질병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을 뒤져 찾아보았을 때 그는 소위 멘탈붕괴에 빠졌다. 정확한 정보를 찾을수록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오히려 앞이 암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대신 그를 구원한 것은 자신도 같은 병에 걸렸다 완치한 어떤 사람의 경험담이었다. 그 사람은 병에 대해 알려고 할수록 왜 내가 하필 이 병에 걸렸는지 억울한 마음만 강해지니, 그런 마음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치료에만 집중하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다. 그에게는 고통에 대한 실제적 경험담이 더 큰 힘과 격려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삶의 실제적인 경험으로부터 조언과 충고가 나온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나와는 다른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 엄기호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일화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경청은 단순히 들어주는 것에서 나아가 서로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말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경청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고, 건성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타자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저자 엄기호는 우리가 하는 말에는 ‘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들어주는 것은 수동적인 청취일 뿐이다. 경청이라는 것은 ‘말하게 하는 현실적 계기와 동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말하지 못하던 것, 말하지 않은 것,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경청이다. 경청이란 내가 아닌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말문을 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엄기호에게 경청은 ‘듣다’라는 수동성을 넘어 지금껏 침묵하던 사람에게 말을 걸고 그가 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를 지닌다. 말해주는 것에 대해 냉소하고 말문을 닫아버릴수록 우리는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이슈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사소한 한마디라도 진심을 다해 건네보는 노력은 그래서 오늘날 중요한 것이다. 바로 이런 '경청'의 능력이, '경청'해줄 수 있는 '곁'이 오늘날 청년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 아닐까? '내가 소싯적에는' '요즘 젊은이들은'이라는 말에 앞서, 그들의 입장에서 고통을 이해하고 때로는 아프지만 현실적인 격려와 나침반이 될 수 있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꿈을 꾸는 필사적인 청춘, 호모 비정규니언스들의 기록

[청춘일기 - 조성주]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필사적이어야 한다. 필사적으로 살아가는데, 바라는대로 꿈을 꿀 수 없는 청춘들. 현상유지 하는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이 청춘들의 이야기가 여기 담겨있다. 이 책에 담겨진 청춘들의 노력들을 보면 누구도 쉽게 그들을 두고 ‘의지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말하는대로’라는 노래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청춘들은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갖고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다."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이보다 무서운 말이 있을까.

 

  불안이 오래가면 신경증적인 사회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저자는 신경증적인 불안이 가득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일상적인 청춘들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냉정하게 보여준다. 드라마나 성공신화를 다룬 언론에서 보여주는 '잘나가는 청년 사업가'나 '천재'의 모습들이 아니다. 편의점, 해수욕장 아이스크림 판매원, 맥도날드 배달원 등.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청춘들은 필사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담담한 목소리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현실고백은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따뜻하다.

 

  저자는 불확실한 자기 정체성으로 혼란을 느끼는 청춘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청년실업이 많아질수록 당사자인 청춘들의 목소리는 사그라들 것이다.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다’라는 대답이 더 자주 돌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여기가 아니어도 일할 곳은 많다라는 대답이 자주 들리는 사회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저당 잡힌 청춘, 호모 비정규니언스. 저자 중 한명이 자신을 정의내린 말이다. 호모 사피언스, 슬기로운 인간. 호모 하빌리스, 능력있는 인간. 호모 파베르, 도구를 쓰는 인간. 지금까지 인간은 무언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에 대한 정의를 해왔다. 반면 오늘날 청춘들이 쓰는 호모 비정규니언스라는 용어는 불확실한 자기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안한 청춘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들이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일상은 아름답기보다 무겁고, 이상적이라기보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하지만 희망이 안보이는 것은 아니다. 고립되기 좋은 사회에서도 작더라도 현실적인 희망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가는 강한 청춘의 기록이 여기에 담겨있다.

 

*위 의견은 중앙자살예방센터의 공식 의견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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