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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해외의 청년자살예방정책 동향

중앙자살예방센터 2015. 12. 29. 17:53

 

 

 

 

 

미국의 청년을 위한 자살예방 활동

 

김재원

미국 LA COUNTY 주정부 정신건강국

 

미국에서는 만15 - 24세(혹은 만 16-25세)를 전환기 연령의 청년(Transitional Age Youth)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의하면 만 15-24세의 청년의 자살율은 최근 8년간 서서히 증가하여 안타깝게도 2013에는 두 자리 수인 10.9명에 이르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2만8천명이 넘는 청년들이 다양한 원인으로 사망하였고, 이 중 자살은 사고사 다음으로 많은 사망원인 2위(4,878건)이다. 이 중 만 20-24세의 청년의 자살은 3,130명으로 집계되었다.

 

민간부문에서 진행되는 청년을 위한 자살 예방에 대한 노력은 주로 대학 캠퍼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자살예방협회가 주최하는 지역 다발적인 행사인 자살예방걷기 (Out of the Darkness Walk)에는 수많은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캠퍼스 내에서도 이러한 걷기 행사 (Campus Walk)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또한 청년층을 위한 자살예방단체로 잘 알려져 있는 액티브 마인즈 (Active Minds)는 캠퍼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난 호 글에서 소개 하였듯이 캠퍼스 내에서 침묵의 백팩’ 캠페인과 같은 자살 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행사를 주도하고, 매년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학교를 순회하며 개최하고 있다.

 

또한 액티브 마인즈는 온라인 가상체험 교육 프로그램인 코그니토 (Kognito Interactive) 와 협력하여At-Risk on Campus라는 캠퍼스 온라인 자살예방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 이 훈련 프로그램은 자살의 위험이 있는 학생의 위험 징후를 발견하고 적절히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캠퍼스 내의 교수, 직원, 대학생들이 아바타를 이용한 롤플레이를 통해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상대가 위험신호를 나타냈을 때에 보일 수 있는 다양한 대응의 모습의 예를 여러가지 보여 주고, 이 중 한가지를 학습자가 선택하게 하도록 하여 그 선택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자살 위험자 아바타의 반응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있을 법한 상황을 제공하여 위기 대처에 대한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으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온라인 도우미의 자세한 교육적 설명을 통해 자살 예방의 지식과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당시 대학생이었던 아들 Jed을 자살로 잃은 Phil과 Donna Satow부부가 시작한 Jed Foundation 재단은 자살의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는 청년들의 정서적인 문제들을 충족해 줄 프로그램과 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청년자녀를 둔 부모, 청년 대상 교육직 종사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펼치는 다양한 재단 사업 중 Half of Us 캠페인은 여러가지 비디오 스토리를 통해 청년기의 다양한 정서문제에 대해 배우고, 이런 정서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청년층 자살 예방을 위한 공공부문의 노력은 5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캘리포니아 정신건강서비스법의 통과로 조성된 기금으로 카운티 지방 정부들은 대학교 캠퍼스와 같은 청년 대상 교육기관의 교수진, 스텝, 학생들에게 자살 예방에 대한 교육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정신건강국은 2010년부터 자살예방전문팀 (Suicide Prevention Specialist Team)을 구성하고 이 중 청년 연령층 (만 16-25세)을 전담할 수 있는 교육전문스텝을 배치하였다. 이들 전문가들은 대학교와 같은 교육기관 혹은 청년 연령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역사회 정신건강기관, 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의 증상을 보이거나 정신적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초기 대응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정신건강초기대응훈련 (Mental Health First Aid)은 물론 QPR, 어시스트 (ASIST)와 같은 공인된 자살예방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재정을 통해 최근에 이루어진 결실 중의 하나는 스마트폰이 젊은이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활의 수단이 된 것에 착안하여 자살예방 스마트폰 앱을 보급한 것이다. 주 정부는 2013년에 정신건강서비스법 기금을 통하여MY3 Support Network라는 무료 앱을 개발하였는데, 이 앱은 스마트폰에 자신의 삶에 위기가 왔을 때 도움을 요청할 만한 가장 중요한 세 사람의 연락처를 등록하도록 하고, 자신에게 자살의 위기가 왔을 때를 대비하여 자신만의 다단계 안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도구를 앱 안에서 제공한다. 또한 이 앱에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지역사회정보들을 등록하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청년을 위한 자살예방이 민관의 합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금년 10월에는 LA카운티 정신건강국의 지원으로 LA카운티 지역 자살예방네트워크 모임이 주최하는 제 5회 자살예방서밋이 열렸는데, 주제는 캠퍼스 내 자살예방이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열린 이 행사는 민간 및 공공기관 전문가들, 대학생 및 교수들이 참여하였다. 소셜미디어의 안전한 사용, 학교 내의 자살예방 프로토콜, 자살 사건 후의 트라우마 다루기, 위기 예방을 위한 자기 돌봄 등을 주제로 워크샾이 진행되었고, 자살시도의 경험이 있었던 이가 자살시도 당시의 어려움과 위기 시 받았던 도움 등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핀란드 청소년/청년 자살예방 정책에 대하여

 

핀란드 탐페레 대학 교육학

이동섭

 

최근 출간된 핀란드 안전조사국의 보고에 따르면 정신건강의 문제로 자살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주로 15~19세 사이의 청소년/청년 자살 가운데 4명중 3명은 남성이고 실연으로 인한 자살이 주요인이 된다. 여성들은 단지 자살미수에 그치거나 이에 따른 치료를 스스로 받지만, 남성이 자살을 선택했을 때는 더욱 잔인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핀란드 가족연맹(Väestöliitto)의 청소년 분과장이며 정신치료사인 미까 렌또넨(Mika Lehtonen)은 “남학생들은 어려운 개인적인 문제들을 잘 털어놓지 않아요. 그러기에 주변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대하며 그들에게 항상 일상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해요. 남학생들은 마음의 문을 아애 닫기 때문에 다가가기도 그리 쉽지 않아요. 남학생들은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해요.”라고 말한다. 핀란드의 사춘기 청소년들은 자긍심에 상처를 받으면 자신의 감정을 동료에게 절대 들어내지 않기에 지금까지 이용되어 왔던 청소년 자살예방책들은 잘 작동하지 않으며 성인자살예방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각 나라마다 청소년/청년 자살의 주 요인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연령과 성별, 사회적 경향, 문맥에 따라 다른 해결정책과 방안들을 구해야만 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청소년 자살예방책은 자살할 위험인자를 소개하는데 목적을 둔 조기개입프로그램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핀란드는 청소년의 약물 오용을 확인하는 활동에 치중한다고 한다. 반면 노르웨이와 영국은 고 위험군들의 후속치료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사후관리나 자살시도의 체계적인 평가, 위기개입 서비스, 일과 실업활동들을 예방책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핀란드는 유일하게 신체질병에 초점을 맞춘 활동들을 추가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 차원에서의 자살예방강화 대책(European Regions Enforcing Actions Against Suicide, EUREGENAS)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일터, 미디어 전문가들의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일반지침과 의사나 상담사들을 위한 훈련모델, 미디어 전문가를 위한 자살예방 도구, 기술기반의 자살예방프로그램과 윤리지침, 일터와 학교에서의 자살 예방, 개입, 및 사후관리 도구들, 온라인 도서관, 생존지원 조력자들의 도구상자들을 각 나라와 지역사회에 맞게끔 맞춤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비폭력세대(Non Fighting Generation ry, NFG) 라는 핀란드 비정부기구는 13세에서 25세 사이의 자살증상을 보이는 청소년/청년들을 대상으로 보건향상 프로젝트인 “생명의 빛을: 청소년 자살예방법”을 실행하여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1996년 설립된 이 기구는 10세에서 22세의 청소년/청년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윤리와 생명교육 주로 담당해 왔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프로젝트는 헬싱키(Helsinki)와 땀페레(Tampere), 라흐띠(Lahti), 믹껠리(Mikkeli) 지역에서 자살할 가능성 있는 청소년/청년들을 조기에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교사와 청소년 보건전문가들이 공동 협력하여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그 안에는 청소년/청년들에게 삶의 목적과 생명에 대한 존엄 및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게끔 그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안내과제들과, 실천 및 예시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구들을 활용하여 청소년들이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통찰력을 지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크게 바다로 가는 여정, 보물섬을 찾는 느낌, 살아가는 이유, 생명의 추구들이라는 주제별 학습도구들을 활용함으로써 자살예방개입을 하고 있다.

 

결국 핀란드의 청소년과 청년 자살예방책은 한 부처나 담당기구만의 몫이 아닌 모든 관련 사회단체와 학교 및 가족 구성원들이 대화 안에서 자살 가능한 청소년들을 조기에 파악하고 생애주기별로 맞추어 지원하는데 있다.

 

 

*위 의견은 중앙자살예방센터의 공식 의견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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