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니?

[기획기사]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외치는 이유 본문

36.5+/기획기사

[기획기사]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외치는 이유

중앙자살예방센터 2014. 11. 25. 19:25






“언론인은 의사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제정의 배경은 전 UNAIDS 총장이었던 Dr. Peter Piot의 말로 집약될 수 있다. 언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지대함과 언론인의 책임성을 강조한 말이다. 사회의 ‘공기’인 언론은 정도가 넘으면 ‘흉기’가 된다. 

자살보도가 대표적 예다.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자살률이 좌우된다.


미국의 경우, 마를린 먼로의 자살 보도 이후 한 달 동안, 그 이전에 비해 자살 건수가 12% 증가했다.(Philllips, 1974) 우리나라에서도 최진실 씨 자살 이후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1,000여 명이 더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2008) 자살 수단 및 방법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2008년 안재환 씨 자살 이후 가스 중독 자살이 급격히 늘었고(경찰청 통계, 2007년 가스 중독 자살 66명→2013년 1,546명), 최진실 씨 자살 이후엔 대부분이 목을 매는 방법으로 자살을 택하고 있다.

반면, 자살보도를 하지 않아 자살률을 감소시킨 오스트리아의 경우도 있다. 1980년대 비엔나 지하철 선로에 뛰어드는 방식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에서 자발적 결의를 통해 자살보도를 하지 않아 자살 사건 수가 급감했다. 자살보도에 대한 세계적 과학 연구 논문만 1967년에서 2009년까지 120개가 발표됐을 정도로 베르테르 효과는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살보도가 왜 자살률에 영향을 미칠까? 

그 기전은 수직적 동일시화와 수평적 동일시화로 설명된다. 수직적 동일시화(vertical identification)는 일반인이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의 자살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으로, 자살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유명인의 자살이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수평적 동일시화(horizontal identification)는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의 자살을 모방하는 것으로, 연령·성·국적·생활 환경 등 인구학적 동일성을 지닌 사람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로 자살했을 시 영향력이 크다.

또한, 미디어의 자살에 대한 반복적 노출은 자살에 대한 사고와 행동을 억제하는 인지체계를 약화시키는 탈억제 작용(disinhibition)을 하며, 자살을 미화하는 맥락의 보도는 자살 행동을 강화(reinforcement)시키는 작용도 한다. 때문에 언론의 자살보도와 관련한 베르테르 효과를 줄이고자 2004년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제정되었고, 인터넷 등 온라인 문화의 확산으로 다변화된 사회에 걸맞게 개정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 2013년 발표됐다. 

그러나, 여전히 언론의 권고기준 준수율은 낮은 실정이기에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보도를 평가해, 지침을 세우기 위해 척도를 개발하게 되었다.


올해 서강대학교 헬스커뮤니케이션 연구팀과 함께 공동 연구한 척도 개발은 총 4단계의 세부 과정을 통한 양적 분석 탐구로 진행되었다.

먼저 WHO 권고안 및 14개국 37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선행 연구 및 해외 사례들을 비교 연구했다. 두 번째로 연구팀의 편향된 의견 반영을 배제하고자 추출된 항목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받아 보완·세부화를 시도했다. 이후 파일럿 스터디를 진행해 개발된 43개 사안 중 요인분석을 통해 낮은 로딩값의 개별 항목들을 필터링했다. 마지막 단계로 본 서베이를 실시했다. 개별 사안들의 종요도 차이에 따라 각 항목의 동의 정도를 파악, 요인분석을 다시 실시해 6개의 요인을 도출한 뒤 최종적으로 25개 항목의 실천 기준을 추출하였다. 이렇게 얻어진 25개 항목에 따라 올 10월부터 자살보도에 대한 점수화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자살보도의 점수를 발표, 언론 스스로 자각하도록 이끌고 관련 정책에 실질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더불어 그 폐해를 공론화해 자살보도에 대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국민적 인식을 높이려 한다. 

언론이 권고기준을 준수하도록 이끄는 가장 큰 힘은 ‘우리 모두’의 참여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나서 생명에 위해한 보도에 대해 따끔히 충고할 때, 언론은 보다 빨리 권고기준을 준수하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의 조성에 앞장서게 될 것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