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의 눈]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남자의 가장 큰 인생의 전환점을 꼽으라면 열에 여덟은 군대라고 대답할 것이다. 군대에 입대하는 순간부터 그들은 기초체력을 기를 뿐만 아니라 위계질서를 배우며 사회생활의 밑바탕을 다진다. 이렇듯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지만, 엄격한 규율과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분들의 소식이 종종 들리곤 한다. 이에 국군수도병원은 정신건강증진센터를 마련하여 군대 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국군수도병원 이상돈 정신건강의학과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사진제공 : 국군수도병원

Q.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희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는 군 특성화 질환 진료 연구, 교육 등의 목적으로 지난 2011년 5월 개소하여 현재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진료, 정신건강증진 활동 및 연구활동을 겸하고 있는 군내 유일의 조직입니다. 특히, 지난 9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신 조수철 선생님께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정년퇴임 후 센터장으로 취임하신 후 전문성을 높이고 활동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요?

A. 저희 센터의 업무는 첫째, 군 특성화 질환의 진료 및 연구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것과 같이 군에서는 병사들의 부적응 및 이와 관련된 자살과 그 외 행동문제, 군 복무와 관련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사회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여러 정신적 질환과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저희는 진료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를 학문적으로 연결하고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진료실 뿐만 아니라 현장으로 나가 일선 부대를 직접 방문하여 정신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는 자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치료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의 내용 외에도 군내의 여러 정신건강 관련 사안들에 대해서 자문, 교육, 발표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부대 내 주된 자살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군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 드리자면, 큰 틀에서 군에서의 자살이 사회에서의 자살과 다르지 않으며 군에서의 자살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 역시 같아야 한다는 생각합니다.

즉, 군에서의 자살 역시 생물학적 원인에서부터 환경적 원인까지, 그리고 과거의 외상에서부터 최근의 스트레스까지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하여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물론 병사들은 일반 사회와 다른 환경과 스트레스를 군 복무 중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사회와 달리 치밀한 조직 사회이기에 자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에 대한 접근 역시 사회와 다른 특수한 측면이 있습니다.

장교나 부사관의 경우에는 업무 혹은 대인관계로부터의 스트레스가 군 복무와 관련된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고, 병사의 경우에는 병영생활에서의 병사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군 복무와 관련된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군에서는 현재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조기발견과 치료가 그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기발견을 위해서 군 입대와 자대배치 시, 그리고 정기적으로 선별검사와 간부에 의한 면담을 시행하고 여기에서 위험요인 혹은 증상이 발견된 분들에 대해서는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상담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부대간부에 의한 추가 상담이 있으며 위험이 큰 분들에 대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시행됩니다. 앞의 방법들로 호전이 없는 경우는 본인이나 보호자가 희망하는 경우에 한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치료가 가능합니다.

 

Q. 군대 내 자살률 감소를 위해 지원 혹은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A. 핀란드와 같은 나라의 경우, 자살자의 심리부검을 통해서 자살의 원인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자살예방정책들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실질적인 자살률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중앙심리부검사업단에서 심리부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군에서도 자살자의 심리부검을 하여 군내 자살자의 자살 원인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센터를 찾아왔던 국군장병 중 기억에 남는 분과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A. 한 명과의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성장과정에서 여러 가지 외상적 경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면서 최소한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군에 입대하여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선입견이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상담이나 진료를 받지 못한 것이지요. 이런 분들은 군대를 전역한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분들에 대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군인의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위에서 말씀드린 여러 내용들 중에서 자살자의 심리부검과 병사들의 부적응에 대한 요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제 단기적인 목표이며, 또한 정신건강전문가로서 군내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자문과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장병들이 보다 건강하고 의미 있는 군 생활을 이룰 수 있도록 기여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