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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자살과 경제생활인구

중앙자살예방센터 2015. 6. 30. 13:16



대한민국의 아버지가 위험하다

2013년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012년에 비해 소폭 상승한 28.5%이다. (2012년 자살률은 28.1%이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손꼽히는 청소년 자살과 노인 자살은 감소했지만 경제활동인구, 특히 4050대 남성의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졌다.

경제활동인구란 일정 연령 이상의 인구 가운데 노동 능력이나 노동 의사가 있어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과 같은 경제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인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14~15세 이상의 인구 중 학생·주부·환자 등 노동 능력이나 노동 의사가 없는 사람을 제외한 인구이며,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함한다. 이 글에서는 20대부터 50대까지를 경제활동인구로 한정하겠다.

 

모든 연령계층에서 자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 발생하는 손실액은 약 3 700억 원, 이 중에서 경제활동인구의 자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1 7억이다. 4050대 남성은 경제활동인구에서 매우 중요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자살로 인한 손실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4050대 남성의 자살에 대한 이론적 배경

자살과 관련한 이론 연구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깁스&포터필드와 브리드의 지위변동이론은 한국 중년 남성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에 꽤 적합한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깁스&포터필드의 지위변동이론에 의하면 개인의 지위 변화가 자살을 유발한다고 한다. 지위 변화에는 상향이동과 하향이동이 있는데, 상향이동(ex. 승진)보다 하향이동(ex. 명예퇴직, 재취업 실패)의 경우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을 겪게 하여 사회적 관계의 결핍을 야기하고 자살을 유발하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브리드는 이들의 이론을 받아들여 경제적 위신(사회적 지위)의 상실과 자살의 연관성에 연구한 바 있다. 연구의 결론은 경제적 위신의 상실로 인한 자살은 사회의 구조적 긴장이 낳은 산물이며, 일종의 일탈행동이라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개인의 긴장의 산물이지만, 긴장은 자아와 유의미한 타자의 평가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개인의 역할 행동은 사회의 가치와 역할구조에 따라 자기 자신과 유의미한 타자로부터 평가를 받게 되는데, 만일 그 평가가 부정적이라면 개인은 실패감과 같은 정신적 긴장을 겪게 되고, 이것이 실제 지위의 변동(지위의 상실)과 결합되면 자살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독 한국 중년남성의 자살이 경제위기에 큰 영향을 받는 이유



ⓒ출처 : 2015자살예방백서, 중앙자살예방센터


실제로 한국의 자살률은 1997 IMF 사태 발생 후 급격히 증가했는데, 여성보다 남성의 자살률 가장 크게 증가했다. (남성 8.5% / 여성 2.2%) 대규모 실직 및 구조조정으로 인한 아버지 세대의 자살률 증가현상은 특히 한국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사회문화적 요소가 결합된 현상으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 2015자살예방백서,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은 남성 가장에게 가정의 경제, 특히 소득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을 지운다. 이러한 문화적 여건에서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감소와 구조조정의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가족부양을 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의식은 중년 남성을 궁지로 몰아 결국 자살이라는 탈출구를 가능한 대안으로 생각하게 된다.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오래 전부터 경제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에 비해 다른 국가들은 가정의 경제적인 책임이 부부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 남성이 받는 경제적 스트레스가 다른 나라보다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제적 상황과 달리, 경제적인 책임이나 압박감에 비해 아버지로서의 권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족해체와 소통의 부재 속에서 아버지의 지위는 추락하고 사회는 끊임없이 가정에 헌신하고 몰입하는 새로운 아버지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중년의 인성혼란을 야기하는 변화 속에서 감성표현이 억압되었던 성장배경은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출을 방해하고 불안감, 분노, 두려움의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시사점 및 해결책

ⓒ출처 : Samaritans 홈페이지


해외의 경우, 영국과 아일랜드 지역에서 활발하게 자살예방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 Samaritans의 주요 활동은 24시간 핫라인 상담서비스 뿐만 아니라 중년 남성에 초점을 둔 캠페인들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남성 자살 관련 상황을 반영한 운영결과이다. (Wyllieetal.,2012).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남성 자살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그만큼 나약한 심리상태인 아버지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남자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같은 선입견은 버리고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그리고 이를 통해 정서적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이 필요하다.

아버지로서, 부모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교육하던 현재 상황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자아를 재정립하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 및 노인에 초점이 맞춰진 자살예방사업의 관심 대상을 확대하여 4050대 남성을 위한 자살예방교육 및 상담서비스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양정선. 『경제위기 하에서 40~50대 남성의 자살과 대응방안』.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2009.

김종섭. 『경제위기와 자살 : 한국과 중남미 3개국의 비교』. 서울대 국제대학원, 2008.

송인한 외. 『한국형 자살예방캠페인 및 메시지 개발: 민간 주도 캠페인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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